일시: 2010. 12. 31(금)
어제 제주도에 도착해서 우도를 가려했으나 심한 파도로 배가 다니질 않아 비자림, 만장굴, 김녕미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 가족은 세화에 숙소를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또 내려서 쌓이고
모든 선박 운항 중지, 5.16도로 등 일부도로 차량 통행금지, 성산일출봉 행사 취소, 올레길 폐쇄라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어쩜 이 모두가 우리가 계획했던 여행을 어렵게 한 돌발상황이다.
30년만이라나 제주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폭설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조차 없는데 우리 가족은 옷을 단단히 여미고 우비를 입고 숙소를 나섰다. 그래도 아들은 눈을 못 보았던 것처럼 신기해 하며 하얀 눈을 먼저 밟는다고 의미를 두며 좋아라 한다. 잠깐 멈추는가 싶으면 또 눈바람에 앞을 가리고 하루에도 수십번은 반복하는 얄궂은 날씨다. 하지만 이번 폭설로 여행의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아주 큰 보물을 얻었다.
오늘의 일정 해녀박물관-> 철새도래지-> 성읍민속마을-> 성산일출봉 숙소
세화초등학교 운동장에 쌓인 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쁨으로 맞이하는 아들..
해녀박물관의 설경
자주 반복되는 눈보라에 잠시 피신할겸 해녀박물관을 찾았는데 해녀들 삶에 숙연함을 갖게 되고, 그들의
꿋꿋한 생활력으로 오늘날의 제주도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저들은 무엇을 찾으러 세찬 바람을 거르며 낯선 거리를 헤매는가? 금방이라도 시야를 가릴 눈보라가 쏟아질지도 모르는데.... 우리 가족이 찾아가는 곳은 철새도래지... 날씨가 좋으면 세화에서 해안가 따라 걸어오면 딱 좋은데 오늘은 눈보라에 사람도 날아갈 것 같아 버스를 탔다.
기사분도 내릴 정거장을 모른다는데 때마침 이 동네 사시는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같이 내리신 후 길을 가르쳐주셔서 쉽게 찾을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행운이라고 감사해 했다.
우리는 새하야 눈과 어우러진 멋진 풍광에 흡족해 점심 때가 지난 것도 잊었다. 망원경으로 날아가는 철새떼를 보고 환호하며 고요한 저수지를 움틀거리게 하고 나오려는데 우연히 그 아주머니와 만났다.
너무 반가워 인사를 나누니 우연히 아니라 우리를 데리러 오셨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이 마을은 음식점은 물론 가게조차 없으니 집에 가서 컵라면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신다. 요즘에 이런 순수하고 따뜻한 정을 가진 분을 어디 또 만날 수 있겠는가? 아들과 딸도 감격을 받고 오래 기억할 거라고 한다.
우리에겐 세상에서 제일 귀한 컵라면,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들은 이 다음에 제주도에 오게 되면 찾아뵙겠다고 사진을 찍다. 물론 나올 때 조그맣게 성의 표시는 했지만 다음에 더 큰 선물을 드리고 싶다. 우리 가족에게 가슴 훈훈한 추억을 남겨주긴 그 분들을 어찌 잊겠는가?
찾아가는 길을 남기 위해 찰칵~! 성산포쪽으로 가는 1132번도로 하도리창흥동 정류장에서 내린 후 빨간 지붕을 찾으면 된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성읍 민속마을을 찾았다. 표선에서 버스를 갈아탔는데 성읍에 내리니 너무 심한 눈보라에 마을조차 보이질 않아 정류장에서 잠잠해지길 한참 기다렸다. 잠깐 멈추면 사진 찍고 어느새 또 시야를 흐리게 하는 눈과 바람이 휘몰아 치고 계속 그런다.
많이 불편하고 어렵지만 제주도여행에서 이런 설경을 볼 수 있다는게 쉽지는 않다.
사진을 찍는 사이 다시 눈이 쏟다진다. 날도 어둑해지고 오늘 여행은 여기를 끝으로 성산일출봉 아래 예약해둔 민박집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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